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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나나] 로라 브라운, 여성주의상담이론과 적용 (2)

by 나나와두두 2022. 7. 10.

비로소 존재한다

 

 

   우리는 태어남을 선택할 수 없다. 국가와 성별, 장애나 부모의 유무 등을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선천적인 것을 원망하게 만드는 사회구조 속에서 존재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삶을 영위하지 않는 것 또한 포함한다.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살아내는 사람.

   전형적인 사람(이성애연애를 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고, 경제력을 드러내기 위해 비싼 옷을 입거나 비싼 차를 사는 등)이 아닌 사람들이 힘을 잃기 쉽다. 교묘하게 강요되는 정상성이 그들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정상권 안에 든 사람이어야만 사회는 그들의 존재를 인정한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이들은 무기력하거나 해리를 겪거나 자해를 하는 등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방식을 체득한다. 여성주의상담이론은 이들의 방식을 옹호한다. 그들은 살아가지 않을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살아내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은 것이다. 여성주의이론은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내고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슬플 때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 화남과 슬픔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화가 나서 우는 사람이 있다. 혹은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배제하고 다른 이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 모든 사람에 속한다.

   상담사는 내게 눈물을 참지 말라고 했다. 울고 싶으면 여기가 아니더라도 시원하게 울어 보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꽤 자주 우는 사람이 됐다. 회피했던 마음을 포착해 조금 더 오래 움켜쥐어 보기도 했다. 울 때면 여전히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규정한다. 수영도 못 하면서 깊은 물에 들어간 사람처럼 깊은 마음에서 허우적대는 사람이라고.

   수영은 못 하지만 물을 좋아하는 나는 이를 매력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물속 세상을 그려보기로 했다. 물속의 것들은 색깔도 부피도 흐리다. 스스로를 대상화할 본보기가 없다. 눈물이 맺힐 때에도 사물들이 퍼진다. 내 앞의 사람이 커졌다 작아진다. 나는 우는 동안 내가 원하는 세상에 다녀온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눈물 속에 있다. 그것을 깨달으며 나는 비로소 존재한다.

 


 

[나나] 로라 브라운, 여성주의상담이론과 적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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