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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말놀이 ep1. 헤어질 결심

by 나나와두두 2022. 7. 12.
※ 스포가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2022년에 6월 29일에 개봉했다.

주요 배우는 박해일(해준 역), 탕웨이(서래 역), 이정현(정안 역)이다.

정서경과 박찬욱이 함께 공동 각본을 작성했으며 영화는 2시간 18분(휴대폰에 찍힌 층수와 같은 138분)이다.

제작은 모호필름이며, 배급은 CJ ENM이다.

 


 

1. 서래와 해준의 사랑

 


두두
서래와 해준이 가진 사랑의 공통점은 부적절함이에요. 서래는 해준을 사랑하는 방식이 그래요. 새 남편이 있어도 녹음된 해준의 목소리를 듣고, 해준이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오잖아요. 그리고 해준에게 영원히 남고 싶어서 자기 스스로를 죽이죠. 해준은 열정은 크지만, 책임감은 없어보여요. 그리고 아내와의 신뢰를 깨뜨리죠.

서래는 과거에 어머니 부탁으로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하잖아요. 그때 서래는 사랑받고 싶은 엄마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 공허함이 떠돌다가 해준을 발견하죠. 다정한 해준이 자기 마음을 채워준다고 기대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어머니를 돌봤던 것처럼 해준이 잠을 잘 수 있게 돌봐요. 

나나
해준에게 있어 서래는 아내 정안의 존재로 인해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에요. 서래는 살인자라는 자신의 정체가 해준에게 가까이 갈 수 없도록 묶어두죠. 두 사람은 두 사람의 밖에 있는 상황으로 인해 사랑을 멈춰야만 해요. 해준은 사랑을 멈추기를 선택하지만 서래는 사랑을 잇는 대신 스스로를 멈추는 선택을 하죠. 사랑에 헌신적이거나 수동적인 것으로 보이진 않아요. 서래에게는 미제사건이 되고 싶다는 확실한 욕망이 있기 때문이에요. 서래의 사랑은 해준을 위한 사랑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헌신적이거나 수동적인 모양이 아니에요. 해준은 밤마다 벽에 붙은 서래의 변사체를 보고 잠을 못 이루겠죠.

해준이 어떻게 정안과 만나 결혼을 했는지 과거를 설명하지 않지만 현재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랑이 느껴지지 않아요. 해준과 정안 또한 과거에는 서로에게 다정했을지도 모르죠. 둘의 관계에서 사랑의 가변성을 볼 수 있어요. 오래된 연인에게서 편안함과 안정된 사랑을 발견할 수도 있고, 해준과 정안처럼 끝을 맞은 줄도 모르고 관계를 지속할 수도 있겠죠.

서래와 해준의 사랑은 지속될 수 없음을 가정하고, 또 실제로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흥분되고 설레고 다정한 과정에 머물러요.

 

 

2. 작품 속 상징

 

 

두두

바다에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ㅎ 서래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한국에 도착해요. 다시 돌려질 뻔 했지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요. 그리고 바다에서 죽음을 통해 해준의 삶에서 다시 태어나려고 해요. 서래가 바다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요

 

나나

주말부부 정안과 해준이 머무는 곳이 안개가 낀 소도시라는 점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희미하게 존재하는 것과 관련 있다고 생각해요. 정안이 늘 이야기하는 임대리에 대해 해준은 하나도 아는 것이 없고,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묻거나 답하지 않아요. 안개 속의 무언가처럼 서로가 그저 하나의 형태로만 존재하죠.

 

이것은 SNS에서 보고 안 것인데 서래의 집 푸른 벽지는 산처럼 보이기도 하고 바다처럼 보이기도 해요. 영화를 보면서는 그저 예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디테일이 관객을 흥분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밤중에 서래와 해준이 함께 산에 오르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헤드랜턴을 쓰고 두 사람이 함께 정상에 올랐을 때 긴장했어요. 서래는 해준에게 자신을 평생 따라다닌 가족들의 유골을 대신 뿌려달라고 해요. 해준은 절벽 끝에 서서 뼛가루를 뿌려요. 서래는 가족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느꼈을 거예요. 자신이 이 사람을 사랑한다고 가족에게 확인시키는 장면이라고도 생각했어요. 서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사랑하지도 자랑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반면 해준에게 그 밤은 서래를 향한 두려움과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처럼 보였어요. 뒤에서 서래가 와락 끌어안을 때 해준은 절벽 아래로 떨어질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그는 서래가 살인자임을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나 서래는 해준에게 키스를 해요. 두 사람이 처음으로 접촉하는 순간이에요. 그리고 이 사람들의 사랑은 여기까지예요. 그래서 아름다울 수 있어요.

 

 

3. 수완(고경표), 연수(김신영)의 역할

 

 

두두

수완과 연수는 둘 다 해준에게 바른 소리를 하죠. 객관적으로 보기에 타당한 말들. 관객들이 해준과 그들을 비교하게끔 유도해요. 해준이 재, 사랑에 빠졌구나. 배신감에 불탔구나 하고요. 

 

수완은 회식에서 "(해준) 형은 다른 짭새들과 다르잖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인기 있는 경찰이지만, 연수는 팀에서 왕따에요. 동료들은 그의 담뱃불조차 빌리기 싫어하죠. 감독들이 여성에게 차별적인 문화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나나

해준은 능력 좋은 형사로 끈질기게 범인을 수사하고 따라잡아요. 그의 부하 형사 수완은 그런 해준을 존경하지만 서래가 나타나면서 해준을 향한 존경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죠. 수완은 서래를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자꾸만 서래를 감싸고 도는 것만 같은 해준의 모습을 보면서 형도 다른 형사들과 똑같다고 지적합니다. 후에 서래의 범죄를 알아차린 해준은 자신감을 잃고 아내와 사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두 번째 살인사건에서 만난 부하 형사 연수 또한 해준에게 그만하라고 말합니다. 이번에 해준은 서래를 범인으로 지목하려고 시도하는데 해준은 이미 감정적인 상태로 수사에 임하고 있었죠. 수완과 연수는 해준의 ‘이성’ 역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4. 헤어질 결심이 드는 순간이 있다면?

 

 

두두

지금은 당연히 없고요. 가을에 너무 자주 다툴 때, 그리고 왜 그렇게 자주 다투는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을 때 생각한 적 있어요. 이 관계가 서로에게 아프기만 하다면 헤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요. 

 

나나

연인과는 헤어질 결심이 드는 순간이 종종 있어요. 마치 해준처럼 자존감이 바닥났을 때인데요, 헤어지자는 말을 던져놓고 저는 상황에 몸을 맡기는 비겁한 행동을 해요. 상대가 붙잡으면 연애를 지속할 수 있고 상대가 제 말에 동의하면 ‘역시 이제 날 좋아하지 않는 거였어’하며 혼자가 될 마음을 잡겠죠. 이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5. 불륜에 대한 생각

 

 

두두

불륜은 관계에 대한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봐요. 애인 또는 배우자에게도, 불륜 파트너에게도요. 믿음과 의리가 깨졌다는 게 스스로는 알잖아요.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고 봐요. 자기파괴적이에요. 

중장년들 사이에선, 결혼한 남자 또는 여자와 연애하는 게 더 좋다고 말한다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면서요. 진실하지 못한 관계를 쫓게 되는 이유가 있겠죠. 중장년들에게만 나타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모순돼서, 우리도 모순된 관계를 쫓는 것 같아요.

 

나나

불륜이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영화가 사랑만 남기고 사람을 지워낸 거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에는 불륜이 존재하지만 지속될 순 없음을 암시하는 것 같아요. 이 사랑이 특히나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끝이 있는 것들을 좋아할 것 같아요. 끝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가 끝나고 해준은 고통을 오래 지속할 것 같아요. 서래가 해준의 미제사건이 됨을 선택했기 때문이죠. 불륜은 이기적이에요. 저라면 언제 떠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관계라는 점 때문에 불안정한 상황이 늘 지속될 것 같아요. (이걸 왜 하죠...?) 어쩌면 스스로가 불안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찾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해하고 싶지는 않아요.

 

게다가 제가 사랑했던 사람이 저를 속인 적이 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사랑을 함에도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남았어요. 저는 이 흔적 때문에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고 추측할 때가 있어요. 오랫동안 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을 상상하면 화가 나요.

 


 

 


나나와 두두의 깊은 영화 감상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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