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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나나] 제4회 서울여성독립영화제

by 나나와두두 2022. 7. 13.

단편 경쟁3 부문을 관람하고 왔다.

정릉역(성북구)에 있는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상영했다.

7월 7일 - 7월 10일 동안 단편영화들을 상영하고, 감상한 영화를 점수 매겨 투표함에 넣을 수 있었다.

텀블벅이나 현장 예매, 인터넷 예매가 가능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여성독립영화제 공식 블로그에 잘 소개되어 있다.

확실히 독립영화관의 티켓이 저렴하다. 많은 사람들이 독립영화관을 더 이용했으면 좋겠다.

 


<순자와 이슬이>에 5점을 매겼다.

 

<꽝>

 

   논에서 미나리를 뜯어 파는 주인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해가 쨍한 날에도 노점 안에 앉아 있는 주인공은 ‘눈 떠보면 나와서 이러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매일 같은 길을 지나는 한 행인과 지인이 되었다. 행인은 주인공에게 말을 붙인다. 언제 쉬냐고, 왜 오늘 같은 날에도 나왔느냐고. 그는 말만 붙이는 것이 아니라 노점에서 미나리를 사가기도 하고 떡이나 먹을 것을 주고 가기도 한다. 주인공의 관계는 노점에서 시작되고 노점에서 끝난다. 그게 매일같이 미나리를 뜯으러 오는 이유가 아닐까.

 

   남편과 하룻밤을 보내어서 결혼을 한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소개한다. 주인공은 돈을 세며 돈만 있으면 혼자 살아도 괜찮을 거라고 말한다. 자생식물 미나리처럼 뜯기고 뜯겨도 혼자서잘 살아갈 것 같은 강인함이 보였다.

질척이는 논 안에서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백로도 영상에 재미를 더한다. 비온 뒤의 무지개나, 노점에 누워 물을 떨어트리고 있는 미나리들도 아름다운 풍경을 장식한다.

 

 

<젖꼭지 3차대전>

 

   여성에게 강요되는 억압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방송 심의를 명목으로 노브라 여성(지정성별)의 젖꼭지를 다 가리라는 부장과, ‘그게 뭐 어때서? 가리는 게 더 이상해!’ 여성의 젖꼭지에만 불쾌감을 느끼는 사회적 편견을 바꾸려는 주인공이 대결한다.

 

   사회에서 남성에게는 브래지어를 권하지 않는다. 꼭지가 보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몸에 난 털 또한 그렇다.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브래지어, 매끈한 팔다리, 보드라운 피부. 유럽 영화를 보면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나오는 여성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의 자유로움이 부럽다. 사회의 시선이 두려워 나 또한 브래지어를 하지 않으면 불안할 때가 있다. 왜 우리는 더 예의를 차려야 하는가. 예의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화장하지 않고 털을 밀지 않고 노브라로 나다니는 남성에게 아무도 예의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성은 왜?

 

   결국 주인공은 남성 젖꼭지까지 모두 모자이크해서 송출한다. 방송을 보던 부장이 화를 내며 영화는 마무리 된다.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여성의 신체를 억압하는 사회를 꼬집어낸 영화였다.

 

 

<거리두기>

 

   팬데믹 시대의 영화답게 주인공은 전염병 증상을 보인다. 면접을 앞둔 주인공은 자신의 증세가 호전되길 바라며 집안에서 연습을 하고 공부를 하며 지낸다. 밥과 반찬을 챙겨주기 위해 그의 엄마가 찾아오나 쌀쌀맞게 돌려보낸다. 그 짜증이 엄마가 귀찮아서인지 전염될 가능성 때문에 걱정되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취업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취업 문제를 좀 더 다뤘다면 엄마에게 드러낸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더 드러났을 것 같다.

 

   문 앞에 놓인 엄마의 음식을 이웃집 아이가 먹는다. 가정폭력을 당하는 이웃집 아이와 처음으로 대화를 하는 순간이다. 그때 아이의 아빠가 걸어와 아이를 혼낸다. 자신이 정말 바이러스 보유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끼고 현관 밖으로 나가 아이를 데려온다. 주인공의 숨소리와 동작에서 두려움과 떨림,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이 짚어준 딜레마가 흥미로웠다. 그런 순간에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어느 쪽이든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병을 옮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정폭력범에게 방치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할지 잘 모르겠다. 주인공이 사회복지과를 졸업한 설정도 이 사건을 전개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주인공은 집에 가기 싫다고 하는 아이와 함께 지내기로 한다. 그 후엔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가정폭력범이 정말 경찰에 신고를 하고 심지어 주인공이 바이러스 보유자일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어떡하지 걱정했다.

베란다 창을 사이에 두고 아이와 주인공이 마주하는 마지막 장면이 좋았다. 아이는 주인공의 면접 준비를 도와 휴대폰으로 면접을 연습하는 영상을 촬영한다.

 

<순자와 이슬이>

 

   미대건물 청소부인 순자와 이슬이의 이야기다. 순자는 젊은 여성(지정성별)이고 이슬이는 청소부서에서 오래 일한 노년층 여성이다. 영화 제목이 뜨고, 나는 당연히 젊은 쪽 이름이 ‘이슬이’일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그 반대였다. 편견을 깨는 이름 설정이 좋았다.

 

   그들의 관계는 실수로 인해 발전된다. 순자가 피우던 담배를 이슬이가 가져가서 피우고 버리다가 교수실의 그림에 불이 붙은 것이다. 이슬이와 순자는 그림을 되돌려보기로 한다. 순자는 미대생의 꿈을 접고 돈을 버는 중이었다. 그가 사는 고시원 풍경도 잠깐 나온다. 순자는 이슬이가 살고 있는 학교 안 비좁은 휴게실이 더 좋다고 이야기한다. 개인 휴게실처럼 보이는데 이슬이가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둔 곳이다. 순자는 히피처럼 사는 이슬이를 관찰한다. 낡은 차는 오픈카처럼 사용하고, 나름 자신의 색깔을 입힌 옷이며 머리를 신기하게 본다. 함께 다니며 교수실에 다시 가져다 둘 그림을 완성한다. 그런 상황에서 공을 들여 시도한 점이 좋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두 사람이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이들의 갈등도 그림 때문에 심화된다. 이슬이는 순자가 자는 동안 그의 그림노트를 구경하고 맨 뒷장에 자신이 그려진 것을 발견한다. 순자에게 ‘그 그림 언제 줄거야?’ 물어보는 이슬이에게 순자는 화를 내며 ‘당신처럼은 안 살 거’라고 한다. 서로에게 깊이 관여해 버려서 상처를 내는 과정이 안타까웠다. 순자에게 그림은 숨기고 싶은 거였다. 자신이 해내지 못할까봐 두려워서거나 정말로 돈이 없어서거나. 그런 순자에게 이슬이는 너 그거 다 변명이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순자가 미대에 합격하고 이슬이가 낡은 자동차로 데리러오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난다. 두 사람의 인연이 지속될 것을 암시한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상처들이 좋았다. 상처를 냄으로 더 길게 이어지는 인연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리랑 시네센터는 꽤나 언덕에 있다. 

정릉역 출구에서 멀진 않으나 촉박하지 않게 도착할 수 있도록 출발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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