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박찬욱, <헤어질 결심>

 

※ 스포가 있습니다

 

사랑과 사람을 분리하는 시도

 

 

각인

   형사 해준은 한 남자가 산에서 추락사한 사건을 맡는다. 변사체와 사망자의 물건을 이리저리 살피며 해준은 특이점을 발견한다. 모든 물건에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각인해 두는 것. 해준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조사한다. 해준은 서래와 대면하기 전에 그의 신상을 파악한다. 서래의 병원진단 기록을 확인하며 사망자가 서래에게 폭력을 행사했음을 유추한다. 해준은 서래의 몸 구석구석을 살핀다. 투명한 엑스레이 사진에는 서래의 골절 상태가, 외부 신체를 촬영한 사진에는 멍든 곳이 보인다. 그리고 그는 서래의 골반 근처에 새겨진 사망자 이니셜 타투를 발견한다.

   서래는 진술 과정에서 남편이 ‘마침내 죽었’다고 말한다. 해준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피의자 서래에게 다정을 베푼다. 어쩌면 서래의 외모와 말투, 향기, 연민 등을 해준은 스스로에게 각인했을지도 모른다. 감시를 명목으로 서래의 동태를 살피고 서래와 닿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해준은 상상 속에서 서래 옆에 있으며 서래의 가까이에서 냄새를 맡고 서래의 숨소리를 듣는다. 서래 또한 자신의 근처에서 맴도는 다정한 해준의 ‘심장을 가져다’달라고 소망한다.

   서래는 해준의 다정함을 각인시켰다. 때문에 해준과 마주하고 진술하는 시간을 서래는 좋아한다. 서래는 용의선상에서 벗어나야만 해준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있는 집 안에서 남편의 죽음에 슬퍼하며 팔 안으로 고개를 묻는 서래는 사실 웃고 있다. 해준은 ‘마침내 우는구나’ 생각하지만, 서래는 의심받지 않으려는 연기였다.

 

 

끌림

   해준은 알리바이도 있고 남편을 잃어 슬퍼하는 서래를 용의자에서 제하기로 한다. 서로에게 각인된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서로를 초대한다. 해준의 위치는 서래의 집 밖에서 집 안으로 이동한다. 서래 또한 해준이 혼자 사는 집 안으로 들어간다.

   해준은 서래의 집에서 직접 중국 요리를 해준다. 그는 요리를 하며 담배를 피우는 서래의 재를 털어주고 다시 입에 물려준다. 서래는 해준의 집에서 불면증으로 잠을 못 이루는 해준을 재워준다. 그에게 자신의 숨소리를 들려주며 그를 재운다. 신체 접촉이 없기에 이들의 모습은 더 떨리고 다정해 보인다. 두 사람은 완전히 닿아있지 않는 상태로 만남을 유지한다.

   해준은 먼 지방에서 혼자 사는 아내에게 담배 냄새를 들키지만 부하 형사 수완의 탓으로 둘러댄다. 해준은 아내 정안과 있을 때 건조한 사람이 된다. 의무적인 방문과 섹스, 사랑이 담기지 않은 대화 속에서 그는 서래에게 더 끌림을 느낀다. 정안이 살고 있는 지방에 안개가 가득하다는 점에서도 해준과 정안은 서로의 안개를 걷어내지 못하는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사라짐

   요양보호사인 서래에게 급한 용무가 생겨 해준은 서래가 챙기던 할머니를 돌보러 간다. 휴대폰을 잘 다루지 못하는 할머니를 도와드리던 해준은 휴대폰 사용기록에서 138층이 찍혀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할머니와 같은 휴대폰을 사용하는 서래를 다시 의심하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사망자가 추락한 산에 오른다. 해준의 의심대로 산 정상은 정확히 138층이다. 그에게 새겨진 서래의 각인이 지워진다. 그는 서래를 찾아가 헤어질 결심을 한다.

   형사로서의 자존감이 무너진 해준은 서래에게 자신이 ‘붕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휴대폰을 깊은 곳에 던져버리라고 말한다. 해준은 서래를 밀어내지만 서래는 해준을 사랑하게 된다. 자신이 처벌될지도 모르는 상황 앞에서 몰래 녹음버튼을 눌러놓은 서래는 그 녹음을 지우지 못하고 자꾸만 듣는다.

   서래는 해준 앞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 새 남편과 함께 해준이 내려간 소도시로 이사를 한다. 네 사람은 시장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다. 서래를 다시 만난 해준은 당혹감을 느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래의 새 남편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해준이 그를 담당하고 서래는 또 피의자가 된다. 그들은 다시 지속적인 만남을 가진다. 서래가 바라던 순간이다. 그러나 해준은 처음과 다르게 분노와 두려움이 섞인 채로 서래를 대한다. 그에게 더 이상 다정함은 없다.

 

 

결심

   해준은 서래를 조사하는 중에 그가 살인했을 정황들에 집착한다. 자신의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그를 보던 부하 형사 연수는 ‘불쌍하지도 않아요?’하며 해준을 다그친다. 연수의 말대로 살인을 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이전에 부하 형사 수완이 서래가 살인자가 맞다고 이야기한 것이 사실이었을 때처럼, 서래는 살인자가 아니라는 연수의 말이 사실로 증명된 것이다. 감정을 품은 상태의 해준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사랑은 자신을 놓치게 만든다.

   물리적으로는 해준과 가까이 있지만 해준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는 서래는 해준의 미제사건이 되기로 한다. 자신이 존재하면 사랑을 잃고 사랑이 존재하려면 자신을 잃어야 한다. 사랑을 지키는 대신 자신을 놓아버리기 위해 서래는 바다로 간다. 모래사장에 커다란 웅덩이를 파 그 안에 들어간다. 바닷물이 차오르고 서래가 들어간 자리로 점점 물과 흙이 고인다. 해준은 해변에서 서래를 애타게 부르지만 어디에도 그의 모습은 없다. 마침내 서래는 사랑을 이룬다. 사라짐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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