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발견했다. 요즘 브로맨스 영화는 사랑을 어떻게 다루고 표현하는지 궁금했다. 예전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영화는 사설 탐정인 와타루가 남편의 불륜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의뢰인 남편 이름은 쿄이치로, 탐정 와타루가 학창 시절에 짝사랑한 선배이다. 탐정은 쿄이치가 불륜했다는 증거를 잡고, 쿄이치를 만난다. 와타루는 바람피우는 사실을 의뢰인에게 비밀로 해줄 테니 자기와 만나자고 제안한다. 예전부터 좋아했었다는 고백과 함께 말이다. 쿄이치는 내가 남자랑 왜 만나냐며 거절하지만, 불륜 사실을 의뢰인에게 말하겠다는 와타루의 협박에 몇 번 만난다. 와타루의 관심과 돌봄, 그리고 애무와 섹스에, 결국 쿄이치도 와타루를 사랑한다. 그러나 쿄이치에겐 이성애 중심사회라는 큰 장벽이 놓여있었다. 쿄이치는 동성애에 대한 주변 시선으로 인해 와타루와의 관계를 주저한다. 그에 상처를 받은 와타루는 쿄이치를 떠난다. 쿄이치는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으며 늘 옆에 여자가 끊이지 않았던 사람이다. 와타루가 곁에 사라지고 나서야, 쿄이치는 달라진다.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인 와타루를 적극적으로 기다린다.
브로맨스(BL) 영화 구성이 크게 달라진 건 없는 듯하다. 연애에서 큰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이성연애만 하는 쿄이치와 프로 동성연애자 와타루라는 인물 설정, 협박을 통해 억지로 애무와 섹스를 하는 요소는 브로맨스 장르가 애용하는 플롯이다. 한마디로 진부했다. 또한, 성이나 인권, 폭력 등에 대해 감수성이 높아진 현 사회에선 나이브하다. 오해는 하지 않길 바란다. 단지 동성 섹스로 쿄이치가 와타루를 사랑한 것은 아니다. 와타루의 헌신과 사랑이 쿄이치에게 통했다는 게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동성애를 깨닫는 과정이라 해도, 원치 않는 애무는 성폭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 같은 장면이 자주 사용되고 또 관객에게 설득력 있는 까닭은 현 사회가 이성애 중심 사회라는 점에 있다. 모든 사람에게 성적 만족은 오직 이성 간 섹스에서만 찾으라는 억압적인 문화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할 때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자신을 탓한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동성 간 섹스를 한 번 해볼까? 하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성적 지향성을 몰라 평생 섹슈얼리티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그렇기에 내가 문제 제기한 장면이 여전히 브로맨스 장르에서 유효한 것이다. 와타루가 억지로 쿄이치를 애무했던 폭력성을 넘어가선 안 되겠지만, 이성애 중심 문화에서 쿄이치가 와타루를 만나서 이성애 틀을 깨고 자기 자신의 만족과 사랑을 찾아나서는 성장드라마였다는 것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 평점
- 5.7 (2020.01.01 개봉)
- 감독
- 유키사다 이사오
- 출연
- 오쿠라 타다요시, 나리타 료, 요시다 시오리, 사토 호나미, 사키히 미유, 코하라 노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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