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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코로나 일기 1

by 나나와두두 2022. 7. 30.

   두두와 나는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에 나에게 닥칠 코로나를 기다렸다. 코로나가 오면 잘 씻지 못할까봐 샤워도 자주 하고 머리도 감고 낮에 맥주도 마셨다. 얼마 전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술을 잔뜩 사왔는데, 냉장고도 비울 겸 방안이 너무 더워 차갑게 마시기 좋았다.  나의 경우 생각보다 잠복기가 길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나도 확진인가 싶었는데 매번 음성이 떴다. 자가키트로도, 병원의 신속항원검사로도. 컨디션 이상 증조는 아주 민감한 사람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든지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진다든지, 모든 게 희미해서 확신하기 어렵다. 그런 느낌이 들고 나서 잠을 잘 못 잤다. 두려움도 있고 두두가 아팠기 때문에 수시로 일어나 열을 체크했다. 검색창에 코로나 증상이나 잠복기와 같은 것들을 계속해서 조사했다. 그런데도 계속 음성 반응이 나오자 혹시 내가 슈퍼면역자가 아닌가 생각도 했다.

 

 

   감염자와 동거하는 자는 3일 뒤 병원으로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는 권고사항이 있다. 의무는 아니다. 3일째 되는 날 목이 조금 따갑고 가래가 은은하게 느껴져서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음성이 떴다. 두두와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도 음성, 이 날도 음성. 두 번이나 깊숙히 코를 찌르게 됐는데 면봉이 눈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서 너무 아팠다. 분명 나는 확진자가 맞는 거 같은데 계속 음성이 나와서 곤란했다. 일하는 곳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가지 못하는 이유를 대야 했는데 정확한 증거가 없으니 변명만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평소 엄살을 싫어하는 나는 아픈척하는 것 같은 내가 더더욱 불편했다.

   날씨가 무더워 병원에 다녀오기까지 체력을 많이 썼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을 때쯤 머리가 서서히 아파오기 시작했다. 더위를 먹은 게 아닐까 생각하다가 몸이 아프기 시작하니 코로나임이 확실해졌다.

   두두야, 온다.

   응?

   나 코로나 온 거 같애.

   체온을 재니 열이 있었다. 두두가 코로나인 줄 모르고 그냥 몸살인 줄 알았을 때 사뒀던 감기몸살약 두 개를 두알 씩 먹었다. 많이 아프기 전에 미리 먹었다. 잠을 자기 전까지는 약효 때문인지 코로나인 것 치고는 컨디션이 괜찮았다. 씻기 전에 자가키트를 한 번 했는데 희미하게 두 줄이 떴다.

 

첫째날 증상: 두통, 근육통, 발열

 

   잠을 자는 동안이 고역이었다. 평소 약한 부분들이 아픈 것 같다. 나는 베개를 베는 목과 등쪽의 뼈 마디마디가 아파서 제대로 누워있을 수 없었다. 두두에겐 근육통이 있을 때 어디가 가장 아팠는지 물어보니 다리가 가장 아팠다고 했다. 두두는 평소에도 다리 통증을 호소하곤 했다. 두두와 나는 증상이 조금 다르다. 두두는 기침을 많이 하는데 나는 기침이 없다.

   끙끙거리며 잠을 제대로 못 잤고 아침에 잠깐 눈을 뜬 두두는 내 상태를 확인했다. 열이 많이 나는 내게 다시 감기몸살약을 가져다 주었다. 차가운 손수건 하나를 얼굴에 대주기도 했다. 나는 쿠션을 벽에 대고 기대 앉았다. 숨을 쉬는 것도 힘들었다. 숨쉴 때마다 뼈마디가 아팠다. 꼭 마디 사이사이에 염증이 껴있는 것 같았다.

   8시 30분경 두두는 내게 병원 문을 열었을 거라고 다녀오라고 했다. 결국 확진 판정을 받기 위해 다시 병원으로 갔다. 세 번째 코 쑤심을 당하고 대기실에 앉아 결과를 기다렸다. 진료실로 들어오라는 알림을 듣고 들어가니 음성이라고 말하려다가 아, 이제 바뀌었네요 아주 옅은데요? 하고 의사가 말했다. 이전 두 번에 비해 오늘 들어간 면봉은 좀 얕은 곳을 찌르긴 했다. 하마터면 확진 판정을 받기 위해 또 다시 병원까지 와야할 뻔 했다.

   약을 받으러 약국 앞에 갔다. 코로나 확진자는 약국 안에 들어가면 안 돼서 처방전과 카드를 드리고 약국 문 앞에서 약을 기다렸다. 갈색 종이 봉투 안에 가득 약이 들어 있었다.

 

 

   밥은 잘 먹고 있다. 어느 순간 확실히 미각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역국을 잘못 끓인 건지도 모르겠지만 맹물의 맛이 더 많이 났다. 두두가 시켜준 쫄면도 그다지 맵지 않고 참기름 냄새와 신맛만 희미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우영우를 보며 계속 먹고 싶었던 김밥도 함께 시켜줬는데 짠 맛이 강하고 나머지 맛은 희미했다.

   약을 먹으면서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알약들과 시럽을 받았는데 시네츄라라는 약은 이전에도 한 번 먹어본 적 있던 약이다. 이 약이 설사유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서에 적혀 있다. 약 이름과 설명, 부작용이 친절하게 적힌 종이를 함께 준다.

둘째날 증상: 미각상실, 복통, 설사, 목 안 통증

   저녁으로 된장국을 끓여 먹었는데 그 맛도 그저 그랬다. 아주 맛있다고 생각되는 음식도 이 시기에 먹으면 다음에 또 먹고 싶다거나 맛있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다. 마라샹궈를 먹고 싶은데 지금 먹으면 안 될 것 같다. 아껴둬야겠다. 입맛이 없다고 밥을 안 먹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약을 먹으려면 밥을 먹어야 하고 빨리 괜찮아지려면 몸 안의 영양이 충분해야 한다.

 

 

   간밤에 잠을 잘 못 잤으니 낮에는 졸려 낮잠을 잤다. 푹 자는 동안 식은땀을 많이 흘렸다. 에어컨이 없는 우리 집이 더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나는 원래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니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매우 아프다. 알약을 먹을 때 삼키는 것이 너무 아파서 나도 두두처럼 천천히 먹게 된다. 두두는 알약을 삼키다가 목에 걸린 적이 있어서 알약을 잘 못 먹는다. 하나씩 삼키고 그마저도 두려워한다.

   두두가 따듯한 차를 끓여줘서 그걸 마시고 있다. 이번 코로나는 그간 걸리지 않았던 사람들이 더 많이 걸리고 통증이 심하다고 한다. 그래도 지금 걸리니 마음이 놓이는 것 같다. 9월에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소문도 있고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생겼다고도 했다.

 

 

   어젯밤에 자기 전에는 코로나 진단을 받고 처방 받은 약을 먹은 게 아니라 임시처방용으로 감기몸살 약을 먹었다. 그래서 자면서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응급실에 실려가도 괜찮을 옷으로 갈아입고 잠들었다. 다행히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코로나를 겪고 있는 나는 갑자기 목숨을 잃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두두와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생각이 든다. 두두는 어떨까 걱정이 된다. 아까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 두두에게 우리 여행을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데도 안 나가고 단절 되니까 해외여행에 온 것 같다.

   그러네.

   두두와 붙어있을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두두는 내게 얼른 유명해져서 자기 호강하게 해달라고 하는데 나도 그러고 싶다. 함께 해외여행도 가고 싶고 비건초밥이랑 맛있는 비건음식들을 사주고 싶다.

 

 

   지금은 근육통이 조금 있고 목이 많이 아픈데 코로나를 경험한 사람들은 밤에 더 아프다고 한다. 자기가 무섭다. 온몸이 으스러지는 통증을 또 느낄까봐 무섭다. 3일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하던데 내일은 호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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